주저하는 근본주의자

🔖 그런 여정들은 내게, 자신의 테두리가 어떤 관계에 의해 흐릿해지고 침범당하면, 되돌리는 일이 늘 가능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어요. 아무리 노력해도, 우리는 전에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했던 자율적인 존재로 되돌아갈 수 없는 거죠. 우리의 일부는 이제 밖에 있고, 외부의 일부가 이제 우리 안에 있는 거죠.

🔖 하지만 그 순간, 나는 그 공격의 희생자들을 생각한 게 아니에요. 텔레비전에서는 어떤 허구 인물이 죽으면 마음이 많이 움직이죠. 여러 일화를 통해 내게 친숙해진 인물이 죽으니까 그런 거죠. 그런데 그 순간은 그게 아니었어요. 나는 그 모든 것의 상징성에 빠져들었던 거죠. 누군가가 그렇게 가시적으로 미국의 무릎을 꿇렸다는 사실에 그랬던 거죠. 아, 내가 당신을 더 불쾌하게 하는 모양이군요. 물론 이해합니다. 자기 나라의 불행에 다른 사람이 흡족해하는 걸 보는 건 가증스러운 일이지요. 하지만 당신도 그런 감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거예요. 당신은 미국 무기가 적의 건축물을 폐허로 만들어 버리는, 최근에 상당히 유행하는 비디오클럽을 보면 즐겁지 않나요?